프로젝트 기록2023. 11. 28.

'스테디' 웹사이트 제작기

스테디는 영화, 드라마, 콘서트 등 엔터테인먼트의 첫인상을 만드는 포스터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헤어질 결심’, ‘재벌집 막내아들’, ‘서울체크인’ 등 매력적인 작품들의 포스터를 꾸준히 제작해오고 있습니다. 

 

2023년 6월, 스테디의 의뢰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약 3개월의 작업 끝에  스테디 웹사이트(https://teamstdy.com/)가 공개되었습니다. 스테디에서 의뢰한 웹사이트는 작업물 이미지가 주를 이루는, 구조가 단순한 웹사이트였기 때문에 적은 분량의 페이지 내에서 스테디와 스테디의 작업물을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포인트였습니다.

 

 

1. 가장 중요한 것: '스테디'에 집중하기

포스터 디자인을 주로 하는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라 하면, 사람들이 보통 기대하는 인상은 아래와 같은 구조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 구조는 한눈에 여러 작업물을 둘러볼 수 있다는 포트폴리오의 성격에 잘 맞는 구조이고, 이 강점으로 인해 대다수 포트폴리오 목적의 사이트에서 이 구조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포스터’는 특성상 다른 작업물에 비해 밀도가 매우 높아 여러 개를 한 번에 나열했을 때 각 작품의 매력이 옅어지고, 또한 각 작품별 톤 앤 매너와 세계관이 달라, 하나의 흐름으로 느껴지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자칫 OTT 서비스나 콘텐츠 제작사 같은 인상을 주기도 쉽고요.

 

 

 

스테디의 작업물은 이미지로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미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되는 작품들이고 또, 작품에 앞서 ‘스테디’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힘이 대단한 고객사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미 ‘스테디’의 존재감이 확실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스테디 로고를 전면에 배치한 구조로 결정했습니다.

 

 

한편 포폴 사이트의 본질은 결국 더 많은 잠재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눈에 많은 수의 작품이 보이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2. 포스터 뒤에 사람 있어요.

화면의 오른쪽에서 희미하게 깜빡이는 작은 ‘S’ 심볼 버튼을 클릭하면 ‘Inspiration’이라는 낯선 페이지가 나타납니다.

 

이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콘텐츠들을 보다 보면, 마치 스테디 디자이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영화, 드라마, 콘서트의 포스터는 우리 일상 곳곳에서 풍경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포스터는 그 제작 과정이 공개되기 어렵고 지류로 인쇄된다는 물성도 가지고 있어 ‘결과물’로만 납작하게 드러납니다. 때문에 작품이 단순히 ‘결과물’이 아닌 '누군가가 공들여 만든 것’이라는 개념으로,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Inspiration 메뉴는 각 영감 소재 하나하나에 집중되는 접근보다는 스테디의 작업실을 엿보듯, 보드판에 이미지와 글을 붙여놓은 무드 보드의 개념으로 전개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우린 이렇게 해도 돼.

UXUI 분야에는 시기마다 소위 정석이라고 불리는 표현방식이 있기 마련인데, 한편 모든 요소들을 정석으로 표현했을 때 깔끔하긴 하겠지만 다소 설명적이고 때로 매력이 반감되기도 합니다. 맞는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죠. 스테디 웹사이트에서는 틀에 맞는 정석에서 벗어나 약간의 오해가 생길 수 있을만한 요소들도 자신감 있게 배치하는 시도로, “안전함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스타일을 시도하는 것에 더 관심 있는 사람들” 과 같은 태도로 접근했습니다. 몇 가지 요소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스테디의 'S' 심볼을 활용한 메뉴 전환 버튼 (Work => Inspiration)

 

'더보기' 대신 사용한 문구

 

강조하고자 하는 작품(상단고정)을 이모지로 표현한 방식

 

위치에 따른 마우스 커서 디자인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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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톤에 합류하여 처음 PM으로 맡았던 프로젝트였는데, 당시의 메모들을 다시금 살펴보니 미와 기능 사이에서 적절한 중심을 잡아가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썼던 것이 생각납니다. 어느 것이든 중심을 잘 찾아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by 홍지호